[찬샘통문 74]“우리의 연례 잔치” 쌍육절 소풍 _ 2025년 06월06일 남이섬에서
우리(전라고 6회)의 ‘연례(年例) 잔치’라 할 ‘쌍육절 소풍’이 시작된 게,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2000년부터였다고 한다. 1년에 딱 하루, 고교 동기동창 친구들이 부부동반 소풍을 가는 6월 6일. 6월은 호국보훈의 달, 6일은 현충일인데, 하필이면 그날로 정한 것은 6회로 졸업한 때문이었다. 순국선열님들께는 미안했으나, 해가 거듭되어 날짜를 바꾸기가 좀 거시기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전라도의 명문고교, 우리들만의 미풍(美風)이다.
2008년인가는 커플, 싱글 포함해 120명이 참가해 설악산과 오대산 하조대 등을 관광버스 4대로 돈 적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중앙 유력지 신문에 전면에 걸쳐 컬러로 우리의 소풍 이야기가 ‘떡을 치게’ 실렸겠는가. 얼핏 생각나는 그때 기사의 주조는 ‘도대체 이 고교는 왜 그렇게 단결 단합이 잘 되는가’였다. 당시 회장은 흔히 ‘왕회장’으로 불리는 최규록군, 총무는 마남일군. 본인은 ‘영원한 기록맨’이라는 명목으로 등장했다.
아무튼, 어제가 그날. 코로나 유행으로 3년은 행사가 미뤄졌으나 20회를 넘는 것부터 대단하지 않은가. 청춘열차(ITX)를 타고 호반의 도시 춘천과 남이섬, 그리고 강촌역까지 가는 레일바이크 여정이 어제의 메인 컨셉. 커플 14쌍에 싱글이 15명이라던가. 여행일정과 식당 예약 등을 여행사에 일임, 회장단의 디테일한 수고를 조금 던 대신, 참가자와 후원자들에 대한 선물을 짱짱하게 준비했다고. 고급 타월은 기본이고, 형수(친구의 부인을 부르는 우리만의 애칭)를 위한 예쁜 양산, 참가자 전원에 드리는 모자는 조익환 회장의 야심찬 기프트. 올해는 왕회장의 아주 의미있는 선물이 있었다. 최회장은 우리 학교의 자랑스런 후배(16회) 최강욱 전의원(유튜버 최강자)의 신간 <이로운 보수, 의로운 보수>를 45권 구입하여 저자에게 친구들의 이름을 전부 직접 쓰게 했다. 이념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이 책만큼은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 거금(巨金 90여만원)을 아끼지 않은 것. 이 아니 고마운 일인가. 그 가상한 뜻을 생각해서라도 책을 받으신 친구들은 꼭 읽어보시고, 우리 정치의 미래를 성찰하고 전망해 보시길 부탁합니다. 소생의 졸문 독후감도 읽어보시길.
남이섬은 삭막하고 팍팍한 대처생활을 하면서도 어쩌다 한번쯤 익어가는 나이의 부부와 친구 그리고 자녀들과 함께 걸어봐야 할 우리 삶의 ‘숨통’이자 '허파꽈리'가 아닌가. 멋진 숲길을 걷다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섬. 27살 때 지은 한시를 왜곡해석한 간신배들에 의해 희생당한 남이장군의 이름을 딴 섬이지만, 민병도 선생의 혜안과 강우현 선생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멋진 힐링명소가 된 지 오래이다. <나미나라> <나미공화국> 멋지고 당당한 공화국이다. 남이섬을 아름답게 꾸민 강선생은 제주로 달려가 <타미나라> 탐라공화국을 또 만들어, 두 개의 공화국을 '건국한' 크리에이터(Creator)로 유명하다. 시간이 널널하지 못했으니, 조만간 일삼아 하루종일 부부 또는 핵가족, 친구들끼리 산책을 해보시라. 도시락 싸갖고 와 멍때리기 시간을 가져보시라. 자전거를 빌려 섬 한 바퀴를 돌아보시라. 행복이 움터오를 것이다. 소확행(작으나 확실한 행복)을 확신한다. 국경을 넘는 입국료 1인 16000원이 아깝지 않을 터. 강추!
춘천의 핫 플레이스가 <학곡리 닭갈비 막국수> 식당이라 했다. 춘천지역에서 맛집 7위로 뽑혔다던가. 닭갈비는 확실히 맛있었다. 남춘천IC을 나서면 곧바로 보이는 <양평해장국>집이 랭킹 30위라는데, 그 요식업 사장이 어제 최강욱 후배의 책을 선물한 왕회장이다. 점심 후 직행한 곳은 스카이워크. 지자체들이 관광객을 끌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이 출렁다리나 스카이워크, 벼라별 아이디어와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게 현실. 나쁘지 않았다. 선남선녀들의 인증샷 단체사진은 필수. 거대한 소양강 처녀 동상을 보니, 그 노래를 즐겨 불렀다는, 이제는 레전드(신화)가 되어버린 정주영 회장의 어록들도 생각났다. "못하는 건 자신들의 책임이고 바보이다"
이제는 6km가 넘는 레일바이크를 즐기는 시간이다. 김유정역에서 강촌역까지 1인 16000원이라고 하지만, 그 값이 전혀 아깝지 않고 탈 만하다. 일행은 모두 동심(童心)이 된다. 아내와 함께 북한강을 옆에 끼고 시원한 바람을 쐬며, 페달을 굴러대는 늙은 가장(家長)들의 환한 웃음도 보기에 심히 좋다. 오랜만에 아내와 남편의 손을 맞잡기도 하고, 친구들의 근황을 물으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멀리 임실에서 올라온 한 친구는 노래를 부르라고 마이크를 쥐어주자, 6월 3일 대선 승리의 의미를 “아주 맑음”이라며 장황하게 얘기하더니 ‘쌩뚱맞게’ 국민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으나, 그런들 어떠하리. 우리의 흥을 돋우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날 빅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 포항에서 달려온 부부는 처제도 모시고 왔고, 남원에서 문화재 발굴작업에 열심인 친구도 순전히 이 행사 때문에 올라왔다. 마침 모내기(6월 1일)를 끝내고 피만 죽이는 농약까지 뿌린 한 친구도 SRT로 상경, 가평역까지 아내의 승용차로 오는 바람에 황금연휴 교통체증, 1시간 반 걸린 거리를 3시간 반이나 걸렸다고. 그냥 용산역으로 갈 것을. 하루 6시간 운전한 그 아내, 내년에는 죽어도 오지 않겠다고 할 것같아 불안하다.
우리가 언제 이런 ‘청춘열차’를 타볼 것인가. 열차 내에서도 삼삼오오 수다가 이어지다 청량리역에 도착한 게 9시 가까이 깊어가는 밤, 갈 길을 서둘렀다. 내년에, 아니, 2026년 신년회에서 다시 반갑게 만나자. 이런 소풍, 1년에 한번쯤, 같이 익어가는 나이에 아내와 친구들과 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어디 있으랴(불역열호不亦悅乎). 올해 행사는 그동안 너무나 잘 하고 헌신적이어서 3년 연임격인 ‘흑백호 총무’ 최규근군과 회장 조익환군 그리고 특이하게도 작년 회장 선재 고병갑군까지 일심단결했다니 더욱 고마운 일이다. 또한 도우미 김종수군과 형수 박영순양도 있다. 그게 우리 ‘모교의 힘’이거늘. 전라고 6회, 또 파이팅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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